칼빈주의 개혁신앙과 교회생활(2) 신학교(신학대학원)와 대학교
총회는 관선이사 통치하의 교회기관 운영이란 충격적인 사태를 접한 이후 앞으로 고신대학교와 대학병원을 교회가 직영하지 않기로 하고, 고려신학대학원을 대학교로부터 독립된 학교로 만들어 직영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들에 대한 연구를 맡은 위원회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를 하고 로드맵을 구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교회가 대학과 병원을 직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때, 여러 가지 간접운영 방법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외국 개혁주의 교회들이 그들의 대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많은 사례를 연구하여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개혁주의 세계에서 두 곳을 골라 신학교와 대학관계의 사례를 개관해 보기로 한다. 먼저 북미개혁교회(CRC)에 속한 칼빈신학교와 칼빈대학의 관계이다. 양 학교의 역사는 고신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화란으로부터의 이민들로 구성된 북미개혁교회는 목사 배출을 위해 1876년에 신학준비를 위한 인문학과정 4년, 신학 2년제 칼빈신학교를 세웠다.
1894년에는 신학이외의 학과를 신설 확대해 일반기독교 대학으로 터를 넓혔다. 이는 마치 고신이 1950년대에 고려신학교에 종속되었던 예과를 신학준비를 위한 인문교육을 하기위해 4년제 대학과정인 칼빈학원을 설립했던 것에 비교된다. 그런데 이때 개혁교회 총회는 ‘영역주권'의 원리를 따라 교회가 순수 학문기관인 대학을 직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곧, 이것이 절대원리는 아니라고 생각함으로 기존 체제대로 교회를 대표한 하나의 이사회가 칼빈대학과 칼빈신학교를 계속 직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후 이 교파 안에 설립된 다른 대학들은 모두 교회로부터 독립된, '교회가 협력하는 대학'으로 설립되었다(Dordt College, Trinity College 등). 그런데 이 교회 총회는 1991년에 칼빈신학교와 칼빈대학의 운영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총회는 하나의 이사회가 칼빈신학교와 칼빈대학을 운영하는 일을 불합리하게 판단하고 각 학교에 독립된 이사회를 두기로 했다. 결과 양 학교에 독립된 이사회가 구성되었다. 1991년도 양 학교의 이사 구성은 교회영역과 학교영역을 구별하고, 각기 전문성을 고려한 흔적을 잘 보여 준다. 칼빈신학교 정관에는 이사 정원 19명 가운데 목사가 반수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전통적으로 장로의 위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혁교회가 이런 규정을 둔 것은 신학교는 신학과 교리의 감독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목사의 전문영역을 고려한 것이다. 칼빈대학교 정관에 의하면 이사 정원이 31명인데, 그 중에는 동창회 회원이 3명 포함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주목을 끄는 것은 1991년 이사 정원 31명 중 목사는 단지 3명만 포함된 사실이다. 적은 수라도 목사가 포함된 것은 이 학교가 형식상 교회직영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목사의 봉사영역이 학교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아공 개혁교회의 포쳅스트롬신학교와 대학교의 사례를 들어 본다. 포쳅스트롬신학교는 남아공 개혁교회에 의해 1869년에 설립되었으며, 포쳅스트롬대학교는 이 신학교로부터 발전했다. 이 역시 고신대학이 고려신학교로부터 발전된 것과 비슷하다. 개혁교회는 일찍이 신학지원생들의 예비교육을 위해 고전어, 철학 등을 가르치는 대학과정을 시작하면서, 우선 이 과정을 남아공대학교의 단과대학으로 허락받아 운영했다. 그러다 1950에 정부로 부터 독립된 포쳅스트롬대학으로 인가를 받아 독립했다.
그런데 남아공개혁교회는 시작부터 '영역주권'의 원리를 철저하게 적용해 신학교는 직영했으나, 대학은 협력기관으로만 관계를 맺었다. 1945년에 교회는 대학과 협약을 맺어 신학예비교육을 위한 관계를 가졌고, 때에 따라 협약의 내용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 피상적으로 보면 남아공교회가 포쳅스토롬 대학교를 직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대학은 처음부터 법적으로 교회에 속하지 않은 독립 기관으로 교회와 직접관계 없다. 그래서 신학교는 교회가 선임한 이사회가, 대학교는 교회로부터 독립된 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다.
신학교와 대학교가 도서관, 기숙사 등을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상호협약에 의한 것이고, 두 학교의 운영기관은 분명하게 구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기관은 내적인 '계약상의 협약'을 통해 상호 밀접한 협력을 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신학교는 목사를 양성하는 기관이고 학위를 위한 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은 순수한 학문을 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교회는 신학생들이 학위를 받음으로 학적인 인정을 받기 원한다. 그래서 교회(신학교)는 협약을 통해 대학교와 신학교육을 위한 협력을 하게 된 것이다. 대학교에는 신학을 위한 신학부가 있다. 이 신학부는 신학교와 분명히 구별되어 있으나 신학교육을 위해서는 불가분한 협력을 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교회(총회)가 신학교에 필요한 교수를 임명하면 대학 편에서는 이분들 중에 신학부에 필요한 분들을 대학교의 교수(강사)로도 채용 임명하게 되어 있다. 협약에 따라 이분들의 급료는 교회와 대학이 서로 반분해 부담한다. 신학교에만 봉사하는 교수들은 교회가 그 급료를 전담한다.
대학 신학부와 교회의 신학교는 학위수여에 필요한 교과과목 조정 등 여러 문제에 관해 협의함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결과 교회가 직영하는 신학교와 교회로부터 독립된 대학은 서로 협력함으로 조화를 이루어 교회의 봉사와 하나님의 나라 건설에 이바지 하고 있다.
이상 북미개혁교회와 남아공개혁교회 신학교와 대학의 관계로부터 몇 가지 주목할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목사 양성기관인 신학교(신학대학원)와 기독교 순수 학문기관이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둘째, 신학교와 대학의 이사 구성은 주권영역과전문성에 기초하고 있다. 셋째 교회의 영역과 학교(대학)의 영역을 분명하게 구별하면서 공통 목표를 위해서는 잘 협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신교회는 고유한 영역, 전문성 등의 원리적인 면에 거의 주의를 기울여 오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의 위기와 교회의 속화를 초래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원리를 찾아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고, 뚜렷한 로드맵을 작성하여 미래를 열어갔으면 한다.
■ 허순길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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