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개혁교회가 직영하는 칼빈대학 현실
미국의 칼빈대학은 일찍이 아브라함 카이퍼의 기독교 문화관 위에 세워진 이름 있는 대학이다. 그 교파 안에 돌트 대학을 위시한 다른 대학이 있지만 이 칼빈대학만이 교회(총회) 직영대학이다. 원래는 고신처럼 총회 이사회가 칼빈신학교와 대학을 직영했으나, 1991년부터 신학교 이사회와 대학 이사회를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칼빈대는 비교적 적은 대학(약 4천명 학생)이지만, 개혁주의 교육이념의 특수성과 학문연구의 탁월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비기독교 대학세계에서도 이름이 나 있다. 그런데 이 학교가 교회와 함께 차츰 전통적 개혁주의 입장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최근 'World'라는 잡지가 북미 기독교 대학의 면모를 차례로 다루면서 칼빈대학을 다루었다. 그리고 북미에서 발행되는 보수기독교지인 'Christian Renewal'도 칼빈대학의 현실을 보도했다. 물론 이 잡지들의 보도는 학교당국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당국자들과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온 확실한 보도라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내용은 한마디로 "전통적 개혁주의 가르침에 대한 칼빈대학의 열심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원, 여성신학, 동성애, 학교의 정책과 교과과정이 성경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로 요약된다.
먼저 이 대학의 창조, 기원 문제에 대한 견해가 전통적 개혁주의 입장을 멀리 떠나 있다.
현 학장인 바이커 씨에 의하면 20년여 년 전에 이미 '기원' 문제에 있어서 진화론과 싸우는 일이 멈추어졌고, 긴장완화기가 시작되어 유신론적 진화설을 가르치는 일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유신론적 진화설이란 예를 들면 하나님이 처음에 완전한 남녀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고, 원시적인 것에서 진화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학장은 또 "우리는 기원에 대한 여러 접근 방법을 다루고,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기원을 보는 유일한 길로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성경이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는가에 대한 방법을 말하는 책으로 의도되어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곧 진화를 통한 하나님의 창조를 수용하는 말로 이해된다.
여성신학은 북미 개혁교회와 캠퍼스를 지배해 이미 10여년 전에 여목사, 여장로 제도를 도입한 사실은 이미 언급한바 있다. 그런데 동성애 문제도 문화적 행사라는 길을 통해 대학 캠퍼스 안에 자리잡았다. 2001년에 학교당국이 공개적인 여성애 가수들(Indigo Girls)을 캠퍼스에 초청하여 콘서트를 가졌다. 그런데 이때는 보수적 학생들과 졸업생, 기부자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몇 교수들이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 도전에 대한 패널 토론을 마련하여 150여명이 토론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여성애 가수들이 칼빈대에 와서 콘서트를 가졌는데, 이제는 어떤 논쟁도 토론도 없이 지나갔다. 일년 사이 동성애 문제는 별 반대 없이 수용된 셈이다. 대학의 교무처 담당자인 카펜터는 'World'기자에게 칼빈대학과 북미 기독개혁교회는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동성 성교를 하는 것은 죄이지만 동성애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데 일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생활 담당 부책임자인 훅스트라는 이 교회의 공식입장을 인용하면서 "과학이 아직 동성이 서로 매력을 갖게 되는 원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고로 동성연애자들을 동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동성애가 유전적인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수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이한 것은 2002년 이후 칼빈대학은 '리본주간'라는 것을 지켜 온다. 이 주간에는 동성애학생들이 서로를 분별하여 자기 짝을 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리본을 단다는 것이다. 학장 베이커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은 동성애자의 피해의식을 해소해주는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질적으로 다른 성적 죄와 다르기 때문이며, 그 개인이 선택하지 않는 혼란이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이렇게 이해하고 수용할 때,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축복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 초 필자의 화란 유학 시 벌써 자유대학은 유신론적 진화설을 받아들이고, 자유대학 측 교회가 여성 장로를 세우며, 동성애를 죄로 보지 않았다. 당시 화란 자유대학의 물꼬가 미국의 칼빈대에 열려 있기 때문에 조만간 칼빈대학도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칼빈대의 신학과 철학의 좌경이 북미 개혁교회를 오늘의 현실로 이끄는데 선도했다고도 본다. 고신대는 이 대학과 학문교류라는 이름으로 교류해 왔다. 개혁주의 신학과 학문의 전통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위험한 물꼬는 막아 흐린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같은 교파에 속하지만 교회직영이 아니고 교회 유지들과 부모중심의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돌트대학 등은 부모와 유지들의 철저한 감독 하에 운영됨으로 오히려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칼빈대는 미국의 우수 대학 명단에 올라 있다. 그러나 대학의 존재이유인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생활을 잃게 될 때 진정한 존속 이유를 상실한다고 본다.
■ 허순길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장)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