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노선 지속하는 북미기독개혁교회
북미기독개혁교회(CRCNA)가 지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아이오와주에 있는 돌트 대학에서 열렸다. 이 교회는 고신교회와 초기에 가까운 친교를 가졌고, 교회 직영 신학교인 칼빈신학교에는 고신목사 여러 명이 연구를 했으며, 그 신학교 교수들이 고려신학교에 종종 와서 특강도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교회의 신학과 생활이 60년대 이후 차츰 전통적 개혁주의 노선을 벗어났다. 그 가장 큰 증거가 유신론적 진화설, 여자 목사 장로제도를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북미장로개혁교회협의회(약칭 NAPARC)는 1998년에 회원권을 정지하고, 2002년 NAPARC 모임에서는 헌장을 따라 추방해버렸다. 현재 이 기구에는 미 정통장로교회를 위시한 정통적 신학입장을 견지하는 북미 일곱 교파가 가입되어있다.
이번 총회는 먼저 현실생활에 문제가 되어 있는 유전과학과 관련 열 띤 토론을 벌였다. 이와 관련된 인간생명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지도원리를 세웠는데 그 중 두어 가지를 들면, 출산은 전통적 결혼에 의한 언약관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으며, 불모는 타락의 결과로 온 것인데 이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으나,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외에도 강간을 당한 여인(임신)의 경우 강간희생자가 부딪히게 될 복합적인 환경을 고려하여 처리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들이었다.
이 모든 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기독교 학교에 대한 교회의 역할문제를 다루어 개혁교회는 일반적으로 자녀들의 초중고 교육을 가장 귀중한 것으로 보고 이 교육을 불신자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래서 교회가 학교를 직영하지 않지만, 부모들에게 기독교 학교를 세워 유아세례를 받을 때 약속한 대로 자녀들의 기독교교육에 성실하도록 격려한다. 이 총회는 기존 교회법을 다시 검토하고 각 당회가 부모들에게 이를 부지런히 격려하도록 다시 정리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기독교 자녀교육에 철저한 개혁교회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신학적 교리적 다원주의 방향으로 더욱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적인 교회관계 문제에 있어서는 제7차 캐토릭, 개혁 대화에 초청을 받고, 총회는 이에 대한 참가를 허락했다. 캐나다 지역교회가 세계개혁교회연맹이 그 성경해석법에 있어서 북미개혁교회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연맹에서 탈퇴할 것을 제안했으나, 총회는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이 연맹은 한국의 기장 통합이 가담해 온 자유주의 교회들을 다 수용해 오는 국제적 교회의 모임이다. 이런 결의는 이 총회가 더욱 넓은 길을 택해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총회는 칼빈신학교 졸업생 39명을 목사후보로 인준했다. 이 가운데는 3명의 여성이 포함되어있다. 1995부터 지난 총회까지 목사후보생 인준에 여목사제도를 반대하는 총대들이 양심을 굽히지 않고 인준 투표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가부를 표하도록 했다. 결과 여기에 반대하는 총대들은 양심대로 부를 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법이 바뀌어 총대들이 개개인 후보를 상대로 가부를 표하지 않고 전체 후보를 상대로 가표를 던지든지, 아니면 기권하도록 규정을 고쳤다. 1995년에 총회 위원회가 발표한 선언문에 "여성을 장로, 목사로 봉사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두 다른 신념과 확신이 있는데 양자가 다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들고 있다"고 했다.
이 선언은 여성 목사제도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다 성경적이니 양자를 다 수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적 성경해석을 수용함으로 이중표준을 인정한 것이다.
동성애 문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언급되었다. 캐나다의 한 개혁교회가 실지로 동성애하고 동거하는 분을 포함하여, 동성애하는 자에게 교회의 모든 직분자 후보자격을 주기로 결의한 일에 대해, 그 지역 노회가 해당 교회를 권징하도록 제안을 했는데, 총회는 지역 노회가 이미 이 건을 다루기로 되어 있고, 총회는 전교회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진 일과 하회가 다루지 못하는 일들만을 다룬다는 근거 위에서 행동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날 신실했던 교회, 고신과 친교를 나눈 교회가 이렇게 좌경화되고 있다는데 주목하게 된다. 진리에 대한 교회의 한 걸음의 양보는 조만간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현실 역사에서 배우게 된다.
■ 허순길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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