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가 미정통장로교회의 총회장으로 당선
포스모더니즘 시대에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정통을 지켜가는 교회가 세상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역사의 주류교회라 일컫는 대부분 교회는 신학과 신앙의 정통을 떠나 버렸다. 그런데 미 정통장로교회(OPC)는 약 230개 교회, 3만 교인의 적은 교회지만 전통적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지켜오는 정체성 있는 교회로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 교회의 2003년도 총회인 제70회 총회가 미 아이오와주에 있는 돌트 대학에서 6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열렸다.
이 교회는 미 북장로교회가 자유주의 경향으로 기울게 되었을 때, 메췐 박사를 중심으로 개혁운동을 펼쳐 1936년에 조직된 교회이다. 고신교회는 그 배태 시부터 이 교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이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 한부선 목사가 고려신학교가 설립 개교된 지 한 달 후인 1946년 10월 말에 한국에 도착해 교수로 봉사하기 시작하여 1976년 은퇴 때까지 인연을 맺어 왔고, 그 후 하도례 목사를 위시하여 여러 선교사들이 와서 고신을 도왔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선교지가 아닌 성장한 교회가 되어 선교사들이 철수하게 되었을 때, 이 선교회는 그 부동산을 고신교회에 헌납함으로 총회회관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관계로 고신교회는 미 정통장로교회와 자매관계 이상의 관계를 갖고 교류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자매관계를 맺은 일은 없었다. 이것을 발견한 미 정통장로교회가 1993년에 정식 자매관계를 고신교회에 제의해 옴으로 그 해 고신총회가 이 제의를 기쁘게 받아 드리고 공식적인 자매관계를 맺었다. 한국에서는 고신만이 이 교회와 자매관계를 가진 유일한 교회이다.
그런데 이번 총회 결의를 살펴보는 가운데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이 치리장로가 총회장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장로교, 개혁교회에서는 목사가 총회장으로 당선되어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 미 정통장로교회는 캘리포니아 웨스트민스터 교회의 장로인 로버트 코이씨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장로 총회장은 재능 있는 사회자로 ‘공정, 신속, 확고하면서 재미있는' 사회를 봤다고 한다.
여기서 미 정통장로교회의 장로관이 옛날 북장로교회(현재 연합장로교)의 전통적 장로관과는 매우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원래 북장로교회는 찰스 핫지의 견해를 따라 장로교를 소교구 감독체제(parochial episcopacy)로 보고 목사를 소교구의 감독으로 여겼기 때문에 장로는 목사보다 낮은 계급으로 취급했다. 이 북장로교의 장로관이 한국 장로교회에는 거의 그대로 정착되어 왔다.
그런데 북장로교에서 갈려 나온 정통장로교회는 그동안 남장로교의 제임스 쏘넬의 견해를 따라 목사와 장로는 직위상 동등하다는 견해와 그와 유사한 견해를 가져온 개혁교회의 장로관을 더욱 성경적인 것으로 보고 따르게 되었다. 그래서 1980년대에 성경적이고 개혁주의적인 직분관을 새로 연구하고 개정한 헌법은 목사와 장로를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장로'(teaching elder) '다스리는 장로(ruling elder)'로 구분하고 두 직분간에는 직무상의 차이는 있으나 상하의 구별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했다.
이렇게 함으로 '다스리는 장로(치리장로)'의 위상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로의 위상의 변화는 자연히 다스리는 장로직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로는 목사를 돕는 이상의 직분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주의 교회의 장로는 신학, 교리 등에 있어서 목사와 같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목사의 설교와 가르침이 개혁주의 신학과 교리에 일치하는지를 살필만한 지식을 필수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장로로 선출을 받는 사람들은 그만큼 연구를 하고 신학과 교리면에 있어서 상식 이상의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로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게 될 때, 이것이 목사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사를 이해하고 교회를 감독하고 다스리는데 좋은 협력자와 동역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 장로교회에 목사와 장로의 대립이 일반적으로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대립관계의 문제해결을 장로 세력을 견제하는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장로의 질을 높이고 그 직무를 바로 이해하도록 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고신 교회가 1992년에 크게 수정된 교회정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교회정치가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개선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원리적인 직분관에 있어서 진전이 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개혁해 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성경에 가까운 직분관의 연구 개발과 교회정치제도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교회는 미 정통장로교회가 장로를 총회장으로 선택한 사실을 보고 막연히 이를 선망할 것이 아니라, 장로직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먼저 장로의 질을 높이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허순길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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