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대학교 총회 직영
고신교회는 현재 진리운동의 노선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다. 진리운동을 해 오던 고신의 정체성이 어느 면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인을 찾고 교정하여 진리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인 이권을 포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고신교회 속화를 가져 온 한가지 중요한 역사를 솔직하게 뒤돌아보자. 1964년 제14회 총회시에 '고려신학교'와 '복음병원'이 총회직영이 되었다. 그 후 대학의 설립과 발전과정에서 고신교회의 속화가 동반되었다. 총회는 1970년 12월 고려신학교 부설 대학부의 대학인가를 받아 '고려신학대학'을 직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신학대학'설립을 추진하면서 학교 측은 '가 이사조직'을 하여 유지재단을 '학교법인'으로 변경, 인가를 받아냄으로 제9계명을 범한 우를 남겼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는 생활의 정화를 부르짖어 온 고신의 원류에서는 벗어난 일이었다. 이것이 속회의 길에 들어선 제1보였다.
그 다음이 '고려신학대학'을 기독교 일반 인문대학 '고신대학'으로 개명 개편하는 일에 들어섰다. 그런데 1978년 제28회 총회는 이사회가 낸 '일반대학으로 변경' 건의를 다수의 반대로(가 36, 부 74) 부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대학으로의 변경노력은 막후에서 특정인들에 의해 지속되었다. 1980년도에 일반대학으로의 변경승인이 교육부로부터 나 이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총회는 타의에 이끌려 말없이 '일반기독교대학' 직영을 떠안았다. 이 과정도 본질적으로 지난날의 '가 이사회'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생활의 정화를 부르짖어온 진리운동 선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회의 지도급 중진들은 이제 교회적이 아닌 방법 사용을 크게 문제시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 내디딘 속화의 과정이 멈추지 않고 진행된 것이다. 왜 잘못된 과거를 들추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간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이런 과거 역사를 가지고 나온 대학을 직영하는 고신교회의 오늘의 속회 현실을 직시할 때, 교회의 미래를 위한 치유를 위해 병원(病原)을 찾아내어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코 대학의 불필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문화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기독교 철학에 입각한 고등교육기관을 필요로 한다. 고신대학교가 이를 위해 공헌했고 지금도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문제의 초점은 둘이다. 첫째, 고신교회가 '신학대학' 설립을 위한 첫 걸음부터 일반기독교 대학 '고신대학'으로의 개편에 이르기까지 세속적인 방법을 사용함으로 교회 안에 속화를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둘째, 고신총회는 개혁주의 교회생활에 따른 타당성 연구도 없이 일반기독교 '고신대학교' 직영을 떠안음으로 교회 속화를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고신 총회는 솔직히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학교를 직영해 옴으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다. 복음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은 이제 대학설립 전의 구호 '복음병원'이 아닌, 고신대학교(의학부)를 위한 '교육병원'으로 고신대학교의 일부이다. 이 기관들을 직영해 온 고신 교회는 지난 30년 동안 고신교회의 정체, 개혁해가는 교회의 모습을 전혀 현실화해 보여주지 못했다. 고신교회는 이 기관들의 직영으로 말미암아 교회생활의 속화를 촉진시켜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1982년에 고신대학 학생들의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고신교회는 속화의 모습을 한국과 온 세계에 보여주었다. 총회장이 고신교회를 대표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이것은 고신교회가 사과한 것이다. 그 후 80년대에 여러 해 이어진 운동권 학생들의 학원민주와 운동으로 캠퍼스 안에 폭력과 비신앙적 행사가 난무했다. 이것은 어떤 기관의 속화가 아니고 바로 이 기관을 직영하는 교회속화의 표상이었다. 이제 캠퍼스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는데 왜 옛일을 끌어내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직영을 통한 고신교회의 속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끊임없이 보기 때문이다.
속화는 이제 교회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교계의 중진 목사 장로들은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이라는 큰 기관의 이사 감사 자리를 얻기 위해 분주하다. 이 기관들의 운영 체제상의 변화를 둘러싸고 파벌이 갈려 싸우고, 서로 승리하기 위해 세력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교회의 참된 개혁과 건설에는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다. 90년대 이후 총회가 힘을 쏟은 핵심 문제는 전도, 선교, 교회교육, 영적 지도 등 교회건설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대학교와 복음병원에 관계된 문제들이었다. 병원의 지하주차장 건설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소송문제, 김해복음병원 처분문제, 의료원 제도의 폐지 문제 등이었다. 이 모든 것은 '고신대학교'의 체제 제도상의 변혁과 연관되어 있다. 고신교회는 이런 문제들에 매여 미래의 도약에 마음을 기울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지난 두 총회는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노조'의 총회장소 점거로 상당시간 정회를 해야 했다. 노조와 같은 속(俗)된 단체가 총회장을 점거한 역사는 아마도 세계역사에서 고신교회가 최초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 노조는 총회직영기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고신교회의 속화된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고신교회는 이제 감각이 둔화되어 이런 일에도 태연하게 되어진 것 같다.
고신교회는 참으로 중대한 위기를 당면하고 있다. 총회의 대학교 직영이 고신교회 속화의 중요한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대학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총회는 대학과 병원을 간접운영하든지, 기독교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을 통한 위탁운영을 하든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속히 직접운영에서 벗어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생각한다. 참된 교회생활 건설이 많은 재산보다 중하다. 세계 거의 모든 개혁교회와 장로교회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총회의 대학직영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직영하지 않고 있다. 역사를 바로 읽고, 세계교회를 보고 배워야 한다.
오직 은혜로 50주년을 맞는 고신 교회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과감한 시정과 개혁을 필요로 한다. 교회생활의 속화를 막고, 진리운동을 하는 교회로서의 미래역사를 다시 열어 가기 위해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의 총회직영을 정리하고 신학대학원만을 직영하는 길을 속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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