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지난 3월 헌법해설 발간위원회는 문답형식의 ‘헌법해설’ 책을 발간함으로써 총회가 헌법정신대로 회무를 처리해나갈 길을 잘 닦아 놓았다.
책의 머리말에는 해설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각 법조항 뒤에 있는 이유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각 법조항이 우리에게 명확하지 않으면 믿음의 선진들이 우리에게 물려 준 지혜와 전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교회 역사에서 항상 교회를 위협했던 두 가지 극단이라는 낭떠러지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많다. 오른쪽에 있는 극단은 율법주의와 형식주의이다… 왼쪽에 있는 극단의 낭떠러지는 무정부주의 혹은 무율법주의이다.”
문자주의에 빠지지 말고 법정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과 그렇다고 정신만 주장하면서 법조항을 함부로 무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조항과 정신이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
제399문답에 의하면 총회는 비교회적인 사안 즉 경제적, 정치적, 학문적인 사안은 다룰 수가 없다. 총회는 오직 도덕과 영적 사건 즉 교회에 속한 일만 다룰 수가 있다. 이것은 로마천주교회가 모든 영역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과 구별된다. 개혁주의에서는 국가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이 교회의 영역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고유한 영역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다.
교회는 소속 개체 교회와 치리회의 모든 사무와 그 연합관계를 총찰할 뿐이라고 돼 있다. 이런 원리에서 보면 총회가 대학이나 병원 혹은 복지단체 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수가 있는지, 다룰 수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가 있는지 정확한 심의가 필요하다. 잘못하면 위헌적인 요소가 생길 수 있다.
제401문답은 총회의 회집에 대해 다룬다. 답 2번은 다음과 같다. “어거스틴 당시 고대 교회에서도 1년 1차 회집하였으며 종교개혁 당시 스위스, 프랑스, 스코틀랜드, 헝가리 역시 그렇게 하였다. 반면 네덜란드의 경우는 총회가 매년 회집함으로써 교회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여 3년에 1차 회집하도록 하였다.”
제402문답에 의하면 총회는 상설체가 아니며, 회기가 끝나면 해산하게 되고 회원도 없어지므로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가 없다고 답한다. 총회 파회 후 교단의 필요한 사무는 총회가 지시한 범위 내에서 위원회나 상설부에 의해 처리된다. 총회는 일시적인 회합이므로 교단과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는 본래 ‘총회’라는 이름으로 교권을 만드는 병폐를 막기 위한 것이다. 파회한 후 1년 동안은 지교회의 어떤 종류의 일이든지 총회의 권위로써 관여하지 못한다.
401, 402문답에 의하면, 총회는 교회의 권한 즉 교권의 확대를 조심하고 오히려 교권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403문답에 의하면 총회총대는 총회가 파회하면 총대권도 소멸된다. 제406문답에 의하면 총회장은 행정기구의 장이 아니라 회의기구인 총회의 의장이다. 총회의 개회 중에는 사회자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파회한 후에는 의원내각제의 대통령처럼 교단의 대표자로 상징적인 지위를 지닌다. 파회하면 의장도 회원도 없는 것이 총회다.
우리 총회는 효율적인 직무 수행을 위해 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굳이 지적하자면, 회원(총회총대)은 없어졌는데, 의장(총회장)과 임원은 그대로 남아서 다른 회원(운영위원)으로 구성된 다른 회의(운영위원회)를 주재하면서 파회된 총회의 직무를 계속한다. 이것이 헌법정신에 맞는지 혹은 위헌적인 요소나 회의법적 오류는 없는지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총회에는 신대원과 대학의 캠퍼스 통합 안건이 첨예한 쟁점이 돼 있다. 우리 총회는 이미 신대원의 학사, 인사, 재정의 분리 운영을 결의한 바 있고, 그 결의안이 취소된 적은 없다. 새 제안은 이전의 결의사항과 상충돼 보인다. 이럴 때 회의법적으로 절차상의 오류가 없어야 위법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 까딱 잘못하면 같은 안건에 대해 다른 결의를 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돼도 할 말이 없어진다.
헌법정신과 회의법 그리고 발언의 품위만 지킨다면 알찬 총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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