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 성도, 먼저 잠들다
지난 수요일 점심식사를 막 마쳤을 때
지혜자매의 어머니 전화번호가 폰 창에 떴다
아뿔사~~! 그 소식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얼른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 저 지혜엄맙니다"
너무나 담담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긴장을 늦추려는 순간
"우리지혜, 오늘 새벽 3시에 주님이 데려갔습니다"
내 마음의 무너짐이 큰 만큼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심하게 무너졌을까....
자식은 죽으면 땅에 묻지 못하고 마음에 묻는다는데...
귀하디 귀한, 아름답고 순수했던 딸의 주검을 앞에 두고
연락을 하는 어미의 찢어지는 마음이 어떠할까....
자는 잠에 평안이 잠들었다고 말씀하신다.
숨쉬는 것이 보이지 않아 가슴에 손을 올리니 약간의 미동이 있더란다.
동생을 불러 언니가 숨쉬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여동생이 다가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언니야! 숨쉬어 봐라"고 했더니
너무나 길게 "후유~~~~"하더니 숨을 멈추더란다.
두어달 동안 누우면 숨을 쉬지 못해 휠체어에서 쪽잠을 잤는데
이틀 전에야 휠체어에서 내려와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단다.
이틀을 침대에서 힘들게 호흡하던 심장이 멈추었다.
이제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다.
아니... 그녀가 우리 앞서 부르심을 받았다.
슬퍼할 겨를 없이 일상은 우리를 분주하게 하지만
그 날, 우리도 주님 앞에 설 것이다.
그때 주님 앞에서 우리가 다 서로의 얼굴을 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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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자매의 소천소식을 듣고 그녀를 추억하며 쓴 짧은 조사이다.
(조문가서 아버지께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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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자매를 위한 조사
1.
천하에 슬프지 아니한 죽음이 어디 있으며
눈물 없이 지어지는 무덤이 어디 있을까 만은
신앙을 위해, 바른 복음을 위해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웠던 귀하디 귀한
한 떨기 꽃송이를 잃은
우리의 심정은 더욱 애통을 금할 바가 없구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신 인생은
‘흐르는 물 같으며 아침 이슬 같으니이다’
꽃은 피었다 시들어도 봄이 돌아오면 또 다시 피며
이즈렀던 달도 보름이 되면 다시 둥글어 옛 모습을 찾건만
이제 이 세상에서는 함께 주의 몸된 교회로 세워져 가던
지혜 자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구려.
길지 않은 35년의 생애,
그 여린 인생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인생의 미련함이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만
이제 이 생을 떠난 사랑하는 지혜자매의 아름다운 신앙중심을 생각할 때
함께 세워가고 싶었던 못 다 이룬 주님의 일들을 기억하며 마음이 울고 있소.
2.
귀한 믿음의 가정에서 여리디 여린 아픔을 품고 태어나
어머니의 기도가 되고 아버지의 사랑이 되어 자라난 소녀여!
동생들의 위로가 되고, 형제들의 멘토가 되어 함께 하던 자매여!
이제 교회의 참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품 안에 있을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신부여!
숨겨지지 않는 아픔을 힘겨워 하면서도
성령과 진리 안에서 깨달은 복음의 풍성을 찾아
처음으로 조우했던 그 날, 2011년 10월 종교개혁주일...
오직 대학시절에 들은 개혁신앙을 찾아
양산에서 이 곳 부산의 교회에 오게 되었다고 했었지....
첫 심방을 할 때에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무시하던 자들이 힘겨워
더 이상 건반을 만지지 않기로 했다고 했었지....
그러다가 교회가 시편찬송부르기를 한다고 할 때
흥쾌히 연습할 때 반주를 해 주겠다고
그 만지지 않겠다던 건반을 두들겨 주었지....
장이 약하고 속이 아파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적었지만
찬송을 할 때 설교를 들을 때 성도들과 대화를 할 때
언제나 크고 뚜렷한 목소리로 화답하였었지...
예배에 나오지 못할 때에도
부모에게 배운 교회의 질서를 따라
언제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오던 신실함이었지...
성경을 읽으며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언제나 먼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밝힌 이후에
자신이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해 달라고 요청한
복음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진리에 대해 솔직하였지...
지역기도회를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서
함께 참여한 형제 자매의 대화를 묵묵히 들으면서
자기에게 무겁고 힘들었을 교제의 시간을 기쁨으로 즐겨주었었지...
3.
주님이 우리 보다 앞서 데려간 소녀!
이제 진리를 향한 그 사랑, 그 신실함, 그 정직함, 그 기쁨이
참 신랑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더욱 완연히 피어날게야~~
단장한 신부의 신앙으로
마음의 상처와 연약한 육신을 안고
아픔을 견디지 못해 부르짖을 때
그 부르짖음을 귀기울이신 신랑께서
이제 영원히 당신의 품 안에 안으시기를 원하셔서
더 건강한 마음으로, 더 아름다운 몸의 열매로 가꾸어 주실꺼야!
4.
주님의 아름다운 신부!
주님의 집, 교회에 안개꽃같이 잊혀지지 않을
신앙의 교훈을 새겨놓고 급히 떠난 소녀여!
우리 마음에 아픔과 슬픔이 자매와의 이별때문인지
너무나 무겁고 촉촉하고 절박하다.
주의 날, 그 날에 우리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소녀가 거기 우리 앞서 있을 것을 인하여 위로를 얻는다.
그 날, 소녀를 만나기까지
소녀와 함께 세워가려고 했던 교회를 위해
남은 자의 힘을 모아 힘써 복음을 따르리라
소녀의 긴 아픔과 탄식과 눈물을 씻겨주신 사랑하는 주님이
친히 35년 동안 그 양육을 맡기신 육신의 부모님을 위로하시고
언니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누나의 소천을 힘겨워하는
두 동생에게 그 남겨진 신앙을 통하여 격려하여 주시기를 바라고
남겨진 교회와 성원들에게 참 신랑이신 주님의 안위와
함께 하심의 은혜가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주후 2016년 2월 3일
사랑하였던 주님의 딸을 먼저 주님께 안겨드린
동래언약교회 최성림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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