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산을 좋아한다.
형편이 되지 않아 자주 오르지는 않지만
산에 올라갈 일이 생기면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한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중의 한가지는
산은 항상 조용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그리 시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산의 침묵이 참 좋다.
내가 생각으로 말할 때
산은 침묵으로 대답한다.
내가 큰 숨소리로 말할 때
산은 상큼한 바람으로 대답한다.
내게 묻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항상 동행한다.
길을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고
내가 가는 그 길을 길로 인정하고 거저 제 몸으로 받아 준다.
산행을 하며 산에게 내 생각을 참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산은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으며
산을 내려올 때 즈음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문득 한 시인의 시편을 생각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 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내게 한 산이 있다.
그 산은 내게 항상 조용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산을 사랑하여 오르는 이들은 시끄럽지 않다.
나는 그 산의 침묵이 참 좋다.
내가 조용히 눈을 감고 나의 생각으로 산에게 말할 때
산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침묵으로 내게 대답한다.
내가 거친 숨소리로 내 아픈 가슴을 말할 때
산은 내게 상큼한 바람으로 다가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내게 묻지도 않는다....
내 걸음을 재촉하거나 늦추라고 다그치지 않고
다만 나의 걸음을 받아주면서 동행하여 준다.
길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지만...
내 아픈 가슴을 듣고 있던 바람은 내가 밟는 그 길을 열어주며
거저 제 몸으로 나의 갈 길을 받아 준다.
때때로 우리의 걸음에 아픈 가슴들이 마음을 누를 때
산은 나를 품에 안으며 내 가슴을 스다듬고
내 아픔의 상처를 보듬으며......
나의 그 수 많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
그리고 산을 내려올 즈음....
내 얼굴에 스치는 바람으로
내 마음을 스다듬는 부드러움으로 대답한다.
언제든지... 너와 함께하겠다고...
침묵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 침묵을 통해 음성을 듣는다.
그 산이 시인의 입으로 내게 말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치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2009년 12월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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