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와 장로교회

개혁교회와 장로교회는 서로 매우 다른 교회인 것처럼 종종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런데 이 두 교회는 실상 개신교 세계에서 서로 이름을 달리하고 있을 뿐 같은 형제(또는 자매)교회이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 하나는 루터의 교회를 따르는 진영이요, 다른 하나는 칼빈의 교리를 따르는 편이었다. 루터를 따르는 교회는 성례에 대한 교리와 예배의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 로마교회의 것을 수용하는 편이었고, 칼빈측 교회에서는 이들을 근본적으로 다 거절하고 성경적인 단순한 가르침을 따랐었다. 루터와 칼빈이 다 같이 위대한 개혁자였으나, 특별히 성례와 예배의식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개신교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누어지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두 다른 전통을 가진 교회가 서게 되었다. 이들은 각기 루터교회와 개혁교회로 불려지고 있다.

칼빈의 교리와 교회생활의 전통을 따르는 교회를 일반적으로 개혁교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개혁교회 가운데서 이름을 달리하는 한 교회가 생기게 되었다. 유럽 대륙에서 칼빈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회들은 개혁교회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하게 되었으나, 유럽 대륙을 벗어나 스코틀랜드에 정착된 개혁교회는 특별히 감독에 의한 교권정치를 반대하고 장로에 의한 정치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장로교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장로교회는 제네바의 칼빈에 의해 영향을 받은 존 낙스(1514~1572)와 앤드류 멜빌러(1545~1622)의 개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 스코틀랜드 교회가 이어 영국 교회 개혁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아일랜드 등에도 같은 장로교회가 세워졌다. 그리고 17세기 이후,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으로부터 많은 장로교 신자들이 신대륙인 미주지역으로 이주하게 됨으로써 신대륙에도 장로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장로교회는 주로 미주에 정착한 장로교회의 선교사역으로 세워지게 되었다.

유럽 대륙에 있는 개혁교회는 주로 스위스, 독일 라인강 유역에 위치한 지역, 헝가리 등에 자리를 잡았으나, 지역적으로 가장 확고히 자리를 잡은 곳은 낮은 땅의 나라 화란(네덜란드)이었다. 화란 국민들은 당시 찰스 5세와 그의 아들 필립 2세의 학정 아래서 정치적, 신앙적 자유를 위해 싸워 이를 쟁취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들은 이미 16세기 하반기에 개혁주의 신앙이 지배하는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이 개혁교회 신자들도 17세기 초부터 신대륙 미주에 이주하여 개혁교회를 세우게 된다. 이 교파들 가운데 기독개혁교회는 지난날 우리 교회와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가져왔었다.

우리 교회는 교리적인 면과 교회정치적인 면에서 주로 미주 장로교회의 영향을 받았으나, 간접적으로 유럽의 화란 개혁교회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받았다. 양 교회는 교리와 교회정치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각기 다른 역사적인 배경과 환경 가운데서 발전되어왔기 때문에 원리를 지키고 적용해가는 생활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 교회가 칼빈이 가르친 교리적, 정치적 원리에 뿌리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깊이 알고, 깊은 사귐을 가지게 될 때에 양 교회가 참된 교회건설을 위한 큰 유익을 서로 나누어 갖게 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 장로교회의 목사로서 화란 개혁교회의 전통을 가진 호주 자유개혁교회를 10년간(1978~1987) 목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이 교회의 생활과 목회의 경험은 본인에게 어느 이름난 학문기관에서 보낸 이상의 유익이 되었다. 앞으로 이 교회의 생활과 목회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서로의 시야를 넓히는 유익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허순길, 『개혁교회의 목회와 생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