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앙고백관에 대한 차이의 근거
장로교회와 유럽의 개혁교회가 신앙고백을 접근하는 것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신앙고백서 내용에 나타난 교회관에서 오게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장로교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신앙고백은 25장에서 교회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 고백에 나타난 교회관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교회에 대한 매우 상대적인 사고를 쉽게 갖게 한다. "복음의 교리를 가르침과 받아들임, 규례의 집행, 그리고 공적 예배가 행해지는 순수의 정도에 따라 혹은 더 순수하기도 하고 혹은 덜 순수하기도 하다"로 함으로 더 순수하고 덜 순수한 교회를 구별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라 하기 보다 사단의 회가 될 정도로 타락했다"라고 한다. 이런 교회에 관한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라 볼 수 있다. 이 교회관에 따라 물론 신자들은 더 순수한 교회에 가담하고, 사단의 회가 될 정도로 타락한 교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교회의 순수성의 차이를 언급하게될 때,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에 대한 상대주의적 사고를 쉽게 가지고 어느 교회에든지 안주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할 위험이 있다.
그런데 개혁교회의 벨직 신앙고백 제 29장은 참교회(The true Church)와 거짓(The false Church)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참 교회의 표지로 순수한 복음설교(the pure Peraching of the gospel), 순수한 성례의 집행(the pure administration of the sacraments), 교회권징(Church discipline)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제 28장에는 "누구든지 교회의 일치를 지탱하고 이 교회에 속하고 연합할 의무가 있다"(But all and everyone are oblized to join it and unite with it, maintaining the unity of the Church)고 한다.
유럽의 개혁교회 신자들은 이런 교회관을 가진 신앙고백을 수용하고 서약했기 때문에 참 교회의 표지를 따라 참교회를 분별하는데 노력한다. 물론 세상에는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없는 것처럼 완전한 참교회도 없다. 그러나 개혁교회 신자들은 참교회 표지를 따라 교회 중에 가장 참된 교회로 판정되는 교회를 택하여 속해야한다는 신자의 의무감을 가지고 교회생활을 하게 된다. 이런 신앙고백에 나타난 교회관이 유럽 개혁교회의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고백 내용을 귀중하게 생각하도록 하고, 유럽 개혁교회가 명실공히 고백교회로 자리를 잡게 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맺는말
한국 장로교회 초대 선교사들은 성경을 영감된 절대무오의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보수주의, 근본주의 신학을 좇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은 그 시대의 부흥운동에 영향을 받은 복음주의자들로 순수한 개혁주의 신앙고백을 따른 교회건설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일반적으로 아르미니안 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교회일치주의(Unionists)자들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이들은 한국장로교회를 장로교의 역사적 기반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터로 하는 개혁신앙 고백교회를 건설하지 못했다. 한국장로교회는 지난날 성경관에 있어서는 매우 강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다른 교리문제에 있어서는 같은 강조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장로교회는 하나의 복음주의교회로 성장해 왔지 색깔이 선명한 장로교회로 성장해 오지 않았었다고 보게 된다. 한국 장로교회의 많은 분열에는 교리가 아닌 다른 것이 요인이 되어 왔었다. 이는 교회가 선명한 신앙고백내용 위에 굳건히 서 있지 못한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장로교회가 개혁신앙고백 교회가 되지 못함으로 현재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오늘 소위 보수 장로교회들 안에서 지난 날 초대 선교사들이 하나의 "대한 그리스도교회"를 세우자고 했던 이상을 극찬하면서 한국에 모든 교파를 망라한 하나의 교회를 세우자는 운동이 일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교회일치운동, 나아가 종교다원화 운동이 거세어질 앞날을 내다보며, 주께서 기뻐하실 교회운동이 오늘 무엇인지를 알고 우리들의 역사적 위치를 한 번 더 점검할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난날 한국교회 초대 복음주의 선교사들의 희망대로 하나의 "대한 그리스도교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주님의 은혜로운 섭리적 간섭이었다고 보게 된다. 한국교회가 지난날 놀라운 성장의 축복을 받은 것도 거기서 찾게 된다. 같은 때에 장로교, 감리교, 회중교회가 하나의 교회를 이룬 캐나다 연합교회는 오늘날 세계에서 속화된 교회 중에서도 가장 속화된 교회가 되어버린 것이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있는 것이다.
교회가 역사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신앙과 교리면에 순수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런 교회로부터 생명력이 있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장로교회는 성경의 무오 교리를 견지하는 동시에, 범위를 더욱 넓혀 개혁신앙고백교회 건설에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장로교회에 속한 모든 분들, 직분자들이나 평신도들이 왜 내가 장로교인인지 누구 앞에서나 그 이유를 당당히 밝힐 수 있고, 장로교인 된 것을 감사하며 자부심을 가질 때 한국교회는 더욱 복 받는 교회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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