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정식 개혁교회 교인이 된 날
- 이중표 목사(캐나다 해밀턴 커너스톤개혁교회 출석)
우리 가족이 2012년 1월 8일 처음으로 Cornerstone교회에 출석한 후, 거의 두 달만인 어제 2월 26일 주일에 비로소 캐나다 개혁교회의 정식교인으로 발표되었다. 이렇게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약간의 착각 때문이다.
1월 둘째 주에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했는데 그 날 우리 집주인인 Andrew가 우리를 태워다 주었기에 그 친구의 인도를 받아 바로 당회로 향했다. 그 주일이 마침 오전에 성찬식이 있는 주일이었고, 그래서 예배 시작 전에 커다란 당회실에 담임목사를 비롯해 8명의 집사들과 17명의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설마 왜 장로가 집사보다 더 많은가 하고 의문을 품을 분이 계실라나...? 8개의 교구에 각각 두 명의 장로와 한 명의 집사가 있고 나머지 한 명의 장로는 소위 행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역마다 장로 수가 집사 수보다 많은 이유는 장로는 성경의 원리를 따라 교인을 심방하여 당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 데, 성경에서 증인의 수는 두 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기 때문에 장로는 두 명씩 두는데 반해, 집사는 구역의 교인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물질적이고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역할을 하므로 한 명씩만 두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정서대로라면 일꾼이 많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교회 1년만 다니면 서리집사 직분을 주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당회에 들어갔고, 당회는 우리의 성찬 참여 여부를 결정하였다. 담임 목사님은 벌써 학교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다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목사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당회 앞에 소개해 주었고 우리가 자기들의 자매교회 소속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고, 당회는 별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우리의 성찬참여를 허락하였다.
바로 여기서부터 우리의 작은 오해가 시작되었다. 물론 중간에 장로 한 분이 우리에게 “이명서를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었지만, 내가 이명서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고 하자, ‘그래도 자매교회 교인이니까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이 오가더니 자연스럽게 성찬 참여를 허락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으로 우리의 교회 이명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즉 비록 이명서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자매교회 교인이고 성찬에 참여를 허락했으니 당연히 자기들의 교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을 한 것이다(사실 한국에서는 교역자가 사역지를 옮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도들이 교회를 옮기면서 이명서를 떼 가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대부분의 성도들이 교회를 옮길 때 이명서를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마치 교회를 마트 들락거리듯 옮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캐나다개혁교회를 경험해 보기 위해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성도로서 온 것이어서 이명서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착각의 시작이었다. 한 달이 지나도 우리 이름이 주보에 실리거나 우리를 자기들의 교인으로 받아들인다는 어떤 식의 발표가 없었다. 물론 속으로는 전에 성찬식 할 때 당회에서 받아들이기로 허락했고 또 예배 전에 교회 앞에서 우리를 소개한 후 성찬에 함께 참여할 것이라는 소개를 했으니 그것으로 소정의 절차가 끝난 것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공식적으로 교인이 되었다는 어떤 공고도 없자 못내 서운했고, 또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결국 나는 담임목사를 찾아가 ‘우리는 언제 너희 교인이 되느냐?’고 물었고, 그때 담임목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명서를 제출했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그제야 나는 우리가 자매교회 회원으로서 성찬에 참여하는 것과, 교회의 교인으로 등록되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영문 이명서 양식을 만들어 출국직전에 사역하던 교회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 교회 헌법에도 교인이 교회를 옮길 때 이명서를 발급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서식 어디에도 교인 이명서 양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명서 뿐만 아니라 목사와 장로와 관련된, 소위 노회와 관련된 서식들은 있었지만 성도들의 거취나 출석에 관한 서식은 공식적으로 없었다. 할 수 없이 전에 네덜란드로 유학을 갈 때 깜뻔의 유도키아(Eudokia) 교회에서 우리에게 요구했던 화란어 이명서를 꺼내들고, 허겁지겁 화란어 사전을 찾아가며 번역하여 영어로 이명서를 만드는 수고를 감행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뒤늦게 이명서를 교회에 제출하였고 비로소 이번 주에 우리는 캐나다 개혁교회의 정식 교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 주 더 빨리 될 수 있었지만 지난 주일에 담임목사가 다른 교회에 설교를 하러 가는 바람에 교회를 비웠다(여기는 목사가 한 주에 한편의 설교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자주 같은 지역이나 인근의 교역자들이 자주 강단을 교류하며 설교를 한다. 이런 면에서 매 주일뿐 아니라 새벽기도와 수요기도회의 설교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의 목회자들이 새삼 대단하고, 한 편으로는 강단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도 여겨진다). 그래서 교회 사무를 담당하는 분이 나에게 메일을 보내와 담임목사가 없는 주일에 발표하는 것보다 이번 주에 담임목사가 있으니 이 때 담임목사를 통해 교회 앞에 발표를 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 것 같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성찬식이 있으니 이번 주에 등록을 발표하고 다음 주에 성찬에 참여하면 그 타이밍도 참 아름답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우리로서야 한 주라도 빨리 개혁교회 교인으로 소속되는 것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렇다고 한 주 빨리 등록이 된다고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주에 역사적으로 캐나다 개혁교회의 정식교인이 된 것이다.
담임목사는 예배가 시작되기 전 강단에 올라 광고하는 시간에 우리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소개를 해 주었고, 우리는 교회 앞에서 인사를 했고, 예배 후 장로들과 몇몇 성도들이 다가와 환영의 인사를 전해 주었고, 이로서 정식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자매교회 회원이 아니라 캐나다개혁교회 교인으로서 성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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