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지 않은 주일 (한길교회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카페에서)
누구나 그렇듯이 대학시절 교회를 다니면서 주일만큼 바쁜 때가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러다보니 주일을 지나고 나면 안식일이 아니라 안쉴일이, 안식하는 날이 아니라 안쉬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부산에서 지금도 개혁교회를 위해 애쓰고 있는 동래언약교회(최성림 목사님 시무)에서 주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부산에서 창원까지 가기도 좀 그렇고, 교회에서의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어서... 그런데 그 날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분주하게 보내는 주일보다, 아무 한 것 없이 그냥 예배의 자리에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은혜로울 수가?”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봉사라고 주일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이렇게 온전히 예배에 참여하고 성도와 교제하는 것만큼 좋은 주일성수가 있겠는가’하고 말입니다.
우리 한길교회는 주일이 단순합니다. 주일 오전에는 예배 전에 예배를 위해 간단히 준비하고, 예배 중에 부르게 될 찬송을 온 회중이 함께 연습합니다. 삼위 하나님께 예배를 잘 드려야 하니까 찬송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지요. 물론, 토요일에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주일에 부를 찬송을 공지하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에도 미리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를 마치면,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나눕니다. 아직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점심식사 준비로 하루를 허비하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온 회중이 함께 둘러 앉아서 대화를 나눕니다. 너무 피곤하면 예배처소 내에 있는 침대에 누워서 쉬기도 합니다. 저도 한 번은 너무 피곤해서 식사 후에 잠시 눈을 붙인 적이 있습니다. 점심 교제 시간이 끝나면 오후예배 직전에 다시 찬송을 연습합니다. 그리고 오후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나면 마칩니다.
어쩌면 매우 단순합니다.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단순함(simplicity) 속에 진지함이 있고 은혜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개혁교회의 특성입니다. 우리 한길교회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안식일이 참 안식일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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