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칼럼

  • 교회안내 >
  • 주보/칼럼
2016년11월13일 주보/칼럼
언약 2016-11-13 추천 0 댓글 0 조회 415

인생을 좀 먹는 미디어를 제어하라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담임/울산언약교회 인터넷 카페)

아침마다 막둥이와 함께 등굣길에 카풀하는 이웃집 초등3학년이 있습니다. 어김없이 평일 같은 시간에 막내의 이름을 부르는 친구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의 꼭 쥔 작은 손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거실 쇼파에 앉기가 무섭게 미디어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초등학생들의 손에 냉장고나 TV 만큼 나가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는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의지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미디어는 치명적인 중독을 불러옵니다. 미디어에 중독된 아이들의 일상은 TV,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요약됩니다. 자연과 벗하고 친구와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일이 실종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교 후에도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거의 줄었습니다.

한 때 “아이 봐주는 비디오”라는 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비디오 빠진 사이에 엄마는 밀린 일들을 할 수 있어서 호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이제는 따로 아이를 봐줄 필요 없이 미디어 기기를 손에 들려주기만 해도, 부모는 손쉽게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 고된(?)과정을 지나쳐 버리고자 합니다. 어렵지만 아이들은 부모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부지런한 소통가운데서 참된 사회성과 관계를 배워갑니다. 불편하고 답답한 자녀들과의 씨름 같은 대화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과 세계관은 성장해 갑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소중한 관계의 형성과정을 빼앗아 가 버리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아갑니다.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텔레미디어와 소셜 미디어가 혼재되어 어지럽습니다. 일방성을 지닌 텔레미디어와는 달리 쌍방향 미디어인 소셜 미디어는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날로 사용범위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안에 온갖 장비들이 다 들어왔습니다. 녹음기와 PDA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카메라, 캠코더와 네비게이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어플들이 녹아들어 후레쉬는 물론이고, 게임기와 유해한 영상들까지 가득합니다.

신속하게 작동하는 기계들로 인해서 시간이 확보되기는커녕, 여백 없는 시달림 속에 살아갑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 보지 못합니다. 빠른 일처리로 생각하고 휴식할 시간이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못 봤습니다. 더 많은 일을 더욱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만 증가했을 뿐입니다. 편리함의 거짓약속에 속아서 조용히 사색하고 창조적인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빼앗겨 버렸습니다. SNS라는 쌍방향 소통은 사실, 가까운 가족과 이웃의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조용히 골목길을 느린 걸음으로 함께 걸으며 정답게 대화하는 시간이 힘겨워졌습니다. 천천히 바뀌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실종되었습니다. 목마 태운 자녀와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천천히 걷는 걸음도, 재잘대며 수다 떠는 자녀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사박사박 길을 걷는 풍경도 어려워졌습니다. 도구가 사람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구에 끌려가 기계화되는 현실입니다. 더 분주해졌고, 더 바빠졌고, 여유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미디어가 준 선물(?)입니다.

미디어라고 나쁜 점만 있지 않습니다. 잘 사용할 때, 큰 힘이 됩니다. 늦은 밤이면, 독일에 있는 친구와 스카이프로 화상대화를 합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머물러도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셈입니다. 하지만 지나칠 때 즉, 중독 상태가 될 때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당하는 노예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제가 아는 가까운 고향 후배 중 한 친구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 10년을 허비했습니다. 가장 많이 성장해야 할 시기를 가상의 세계로 탕진한 겁니다. 청춘을 미디어에 의해 유린당한 희생양인 셈이지요.

미디어에 인생을 잠식당하는 사람이 고향 후배만은 아닐 듯싶습니다. 부모의 편리를 위해 미디어를 강요당하는 어린아이들로 시작해서, 미디어에 많은 매일매일 자투리 시간 전부를 쓸어 넣는 성인의 삶도 이미 미디어의 희생양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지혜롭지 못한 미디어 사용은 인생을 축내는 일입니다. 미디어가 인생을 돕는 조력의 자리에 머물도록 다스려야 합니다. 온통 미디어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미디어 사용을 절제하고 생활하는 일은 일정한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제의 시간만큼의 다른 시간이 열립니다. 사색과 독서, 말씀을 묵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확보됩니다. 미디어가 하나님의 선물인 인생을 좀 먹지 않도록 다스려야 합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2016년 11월 20일 주보/칼럼 사진 언약 2016.11.20 0 330
다음글 2016년11월06일 주보/칼럼 사진 언약 2016.11.06 0 339

607802 부산 동래구 명륜동 4-8번지 3층 동래언약교회 TEL : 051-558-4890 지도보기

Copyright © 동래언약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30
  • Total198,224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