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에 맨손으로....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의 심정은
"양을 이리 떼 가운데 보내는" 아슬아슬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셨다.
그래도 그분은 당신의 제자들을 보내셔야 했다.
왜냐하면 그분의 제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세상을 떠나 어디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아버지와 하늘의 영광을 누리실 수 있었지만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오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셨고
제자들보다 한 발 앞서 이미 세상 속에 계셨다.
그러기에 그분이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을 때
이미 그 뜻은 "세상 속으로 들어오라"는 뜻일 따름이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두고 하나님께 드릴 기도는
따라서 "그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 가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 권세를 잡은 사단에게서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셨듯이
예수님도 당신의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둠인 이 세상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거부했듯이
제자들이 찾아가야 할 세상 역시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들을 잡아 먹으려고 노려는 이리 떼와 같았다.
원수들이 우굴거리는 곳에 양처럼 착한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예수님은 당신이 주실 수 있는 최대의 장비를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군인이 강한 것은 그 손에 총이 있기 때문이다.
부하를 전장에 내보내는 사령관의 심정이야
가능한 한 최신예무기로 무장시켜주고 싶지 않으랴,
과연 예수님도 그들을 그냥 보내지 않으셨다.
놀랍게도 예수님은 그들을 완전히 무장을 해제시키시고
맨손으로 보내신 것이다.
그러나 진리 편에 서서 싸워 본 사람은 맨손의 참 위력을 알 것이다.
골리앗 앞에서 사울의 무거운 투구를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선 다윗의 심장을, 그 든든한 자세를.
하나님의 갑옷은
우리의 위선적인 누더기를 벗어야 입을 수 있는 것.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