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신청을 받습니다?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저는 종종 다른 교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합니다. 약간 빠꼼이 기질이 있어서인지 제가 속한 교단의 중요 교회에 어떤 일이 있는지, 그 교회에 직분자는 누구인지를 살피는 것이 나름의 취미인 것이지요. 그렇게 홈페이지를 통해 교회의 면면도 살펴보고 교회의 소식도 살펴봅니다.
최근에 보니 어느 덧 부활절이 다가와서인지 거의 대부분 교회의 주보광고에 보면 “학습, 세례, 입교 신청”이라는 광고가 눈에 띕니다(한국교회는 대개 1년에 두 번 세례식을 거행한다. 상반기에는 부활절을 기점으로 하반기에는 10월을 전후하여). 그 광고에는 세례나 학습을 받아야 할 분들이 교회사무실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광고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학습이나 세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스스로 신청을 해야 하나?”라고 말입니다. 사실 학습이나 세례를 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교회에 다닌 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은 대개 학습이 뭔지, 세례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학습이나 세례를 경험해 본적이 없고, 그것을 받는 장면을 본 적도 없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그리고 그걸 왜 받아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직접 신청하라고 광고를 합니다.
사실, 세례를 받아야 할 사람이 세례를 달라고 신청하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례를 위해서 세례를 받을 대상자가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례를 받아야 할 만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에게 권면해야 합니다. 그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세례는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지, 아직 교회가 아닌 사람이 교회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세례의 주체는 교회입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새롭게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여 복음을 듣는 사람에 대하여 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거듭나고 회심할 수 있도록 진리의 말씀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을 따라 그 사람에게서 중생과 회심의 표가 드러나게 되었다면, 권면하여 세례를 받게 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중생했습니다. 회심했습니다. 그러니까 세례신청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복음의 말씀을 들은 당신에게서 드디어 중생의 표지가 드러났고, 회심의 증거가 나타났으니, 이제 교회가 당신에게 세례를 베풀려고 합니다.”가 되어야 합니다.
성경은 분명 “세례를 주라”라고 했지, “세례받고 싶은 사람의 신청을 받아서 수동적으로 세례를 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세례를 주는 주체는 분명히 교회입니다. 성경적이고 건전한 교회는 “세례받으실 분 신청하십시오.”라고 광고하지 않습니다. 성경적이고 건전한 교회는 세례를 받아야 할 사람을 항상 찾고, 적절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중생과 회심에 대해 분명히 점검한 뒤에 교회가 직접 그 사람에게 권면하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세례를 회중 전체에 공적으로 광고하고 그 뒤에 세례를 베푸는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가 여러분 주위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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