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회보다 더 어려운 것?
윤혜숙성도(다우리교회 임경근목사 사모)
얼마 전 담임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밥 먹으러 모이라, 하면 사람들이 꽤 잘 모입니다. 그런데, 기도회 하러 모이라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모입니다.’ 아마도 밥을 먹고 교제하는 목장 모임은 많이 활성화 되었는데, 기도회 같은 교회행사에는 그만한 열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하신 말씀이신 것같다.
‘사람이 그렇지!’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 있다. 이 기도회 보다 교인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바로 <자녀와 함께 가족이 매일 성경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교회 각종 모임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성도도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매일 성경을 읽고 신앙적인 이야기 나누는 것을 영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왜 그럴까? 기도회는 다른 사람의 이목이라는 약간의 외부 감시체제가 있지만 한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가정예배는 온전히 부모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 실천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가 어릴 때는 무릎에 앉혀 놓고 성경이든 다른 동화책이든 읽어주지만 일단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스스로 성경을 읽으라고 말만 하지 부모가 함께 앉아 읽어 주지는 않는 그런 문화적인 환경도 원인이다.
작년부터 네덜란드어 어린이 이야기 성경을 번역하고 있다. 이 어린이 이야기 성경은 본문 내용이 성경에 충실하면서, 쉽지만 분명한 성경해석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말로 번역된 어린이 성경 중에 이 정도 수준의 책은 없다. 특별히 이 성경은 서술형식이 부모가 자녀에게 읽어주는 구어체 형식이어서 읽는 맛이 있고 재미있다. 나는 원서 그대로 이야기체 형식으로 번역을 했고, 나아가 이 책을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신앙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를 우리나라에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성경 읽어 주는 문화가 우리 현실에서는 너무 낯설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그 점을 염려하면서 ‘부모가 읽어주는 형식’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그냥 ‘아이들 스스로 읽는 형식으로 번역을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성경 읽어주는 엄마’를 넘어 <성경 읽어주는 아빠>가 더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며 출판사를 설득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경을 읽고 말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부모와 자녀 모두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깨닫게 된 것이 바로 ‘가정예배’이다.
‘가정 예배’ 참 오래된 이야기인데, 새삼스럽게 강조하고 싶다. 남편은 새삼 우리가정이 홈스쿨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결심하고 꾸준히 해 온 매일, 매 끼니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읽어왔던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능하면 하루 세 번, 세끼 식사 후에 아이들과 함께 모여 성경을 읽거나 암송하고, 찬양하고 신앙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우리 가족은 오래 전부터 해 오고 있다. 네덜란드에 유학 가서 그곳 개혁 교회 교인들에게 배운 것 중 가장 좋은 습관이 바로 ‘가정 예배’이다. 네덜란드에 살 때는 꼬박꼬박 잘 지켜지던 것이 우리나라에 돌아 온 후로는 하루에 한 번쯤으로 흐지부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홈스쿨을 시작하면서 ‘이 좋은 습관을 우리 집 전통으로 만들어 보자’ 하고 특별한 열심을 내게 되었고, 이제 이런 노하우와 열매가 있기에 남편은 자신 있게 다른 가정을 향해 ‘가정 예배’를 선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기도회에 나오는 것과 매일 자녀와 함께 성경 말씀을 읽고 우리 삶을 돌아보며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것 어느 것이 더 어려운 일일까? 내 자녀가 ‘못해 신앙인’이 되지 않도록 지금 내 그늘 아래 있을 때 말씀의 맛과 능력을 가르치자. 말씀 앞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더 어색해지기 전에 지금부터 당장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자. 가정 예배가 기도회보다 더 어려울까?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