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공(7) 장로교 신학과 정치에 걸맞은 장로교육이 필요하다
2013.08.22 16:55 입력
필자가 의뢰를 받은 주제는 장로직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상당히 부담이 되는 글이지만 민감한 주제일수록 피하지 않는 것이 교회의 교사인 신학교수가 취해야할 자세라고 생각하였다. 이 글을 통하여 장로직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든지 우리 교회의 장로들이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곡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제기
6살 난 아이에게 “장로님은 뭐하는 사람이지?”라고 질문을 했다. 그 아이는 “악수하는 사람이예요”라고 대답하였다. 오랫동안 교회를 섬겼던 한 장로에게 질문했다.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장로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니, 정말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을 하였다. 연세 드신 어떤 고신의 목사에게 물었다. “좋은 장로란 어떤 사람입니까?” 그 목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좋은 장로가 뭐 따로 있나? 그냥 목사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하면 그 사람이 좋은 장로이지.”
위에 언급한 실례들이 고신교회가 처한 현실의 전부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고신교회의 실제를 상당부분 보여 준다고 확신한다.
필자가 보기에 오늘날 장로에 관한 한, 가장 큰 문제점은 장로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직분인지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서 목사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특히 목사가 생각하는 장로상(像)과, 장로가 생각하는 장로상이 일치하고 있지 않다. 이 불일치로 인하여 교회 속에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고신교회가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의 본질 - “아직도 집사입니까?”
당면한 문제가 심각하게 꼬여 있을수록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아야 한다. 필자는 “아직도 집사입니까?”라는 질문보다 한국교회의 장로직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심각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하나씩 보도록 하자.
첫째, 이 질문에는 장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될 수 있는 직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교회를 어느 정도 열심히 다녔으면 장로쯤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적당한 때에 장로가 되지 못한 사람은 믿음이 없거나 교회 생활을 불성실하게 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런 이해는 직분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장로는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획득할 수 있는 직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 장로직이 교회 안에서 제대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나 장로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는 장로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장로가 되고, 그렇게 된 결과 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질 수 없다.
둘째, 이 질문 속에는 집사보다는 장로가 더 낫거나 더 높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 결과 장로가 되는 것을 집사에서 승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로 선출에서 떨어진 것을 승진에서 떨어진 것과 유사하게 생각하여 떨어진 사람들이 크게 낙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장로 선출을 하고 나서 많은 교회가 큰 후유증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로가 집사보다 낫다는 견해가 교회 안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장로직이 교회 안에서 바로 세워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로마 가톨릭에서와는 달리 장로교에서는 어느 한 직분이 다른 직분에 비해서 더 높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와 같은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은 직분론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셋째, 장로가 집사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실제적인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장로들이 집사들 중에서 선출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집사 중에서 장로를 선출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집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장로를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을 하는데, 이런 생각이야 말로 장로직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총회 헌법에 따르면 7년 무흠 이상 된 남자 세례 교인이면 누구나 장로가 될 수 있다. 직분에 대해서 가장 기초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장로가 더 높다거나 집사 중에서 장로를 선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이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이유는 그 만큼 장로직뿐만 아니라 직분 전반에 대한 이해가 크게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분을 사제(priest)로 보고 단지 계급만 다르다고 보는 로마 가톨릭교회와는 달리 장로교회에서는 각 직분마다 고유의 독특성을 확보하였다. 목사, 장로, 집사는 직분마다 섬김의 일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였고 당연히 직분을 위한 은사도 전혀 다르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장로는 장로의 일을 잘 할 사람을, 집사는 집사의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평생 목사할 사람을 목사로 세우듯이 집사도 평생 집사할 사람으로, 장로도 평생 장로할 사람으로 선출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맞고 실천적으로도 맞다. 집사의 일을 잘 하는 사람을 괜히 장로로 세워서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많은 사람들이 집사 중에서 장로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집사와 장로의 일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장로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구를 잘 하는 사람이 탁구를 잘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집사를 잘 한다고 해서 장로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로정치의 전제: 수준 높은 교육
장로교 정치는 하나님께서 개혁된 교회에 주신 큰 선물이다. 종교개혁 이전 타락했을 때 교회 안에서는 한 사람에 의한 독재정치가 실시되었다. 지교회는 사제가, 지역교회는 주교가, 세계교회는 교황이 다스렸다. 여기에 성직자가 아닌 사람들이 들어 설 자리는 전혀 없었다. 평신도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발휘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말씀의 사역자를 청빙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제대로 된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장로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아니라 그룹 혹은 회(會)가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다. 특히 목사와 장로가 협력하여 당회를 구성하여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 성경에 가장 충실한 교회 정치라고 우리는 믿는다. 비록 종교개혁을 통하여 이런 성경적 교회 정치가 확고하게 세워졌지만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 사람에 의한 독재정치와는 달리 회에 의한 정치는 수준 높은 목사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회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만약 장로의 자리를 수준에 미달하는 사람이 차지하게 되면 오히려 로마 가톨릭교회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개 교회 성도들이 당할 수 있다.
장로교 정치에 있어서 목사는 말씀을 선포하는(proclaim) 역할을 하고 장로는 말씀을 보호하는(protect)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말씀은 성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성경책은 이단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석된 교훈 즉 교리를 가리킨다. 따라서 개혁교회에서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도, 교회를 행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성경적 교리가 예배 중에서 올바로 선포되는 것을 감독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장로교회는 신실하고 유능한 목사와 그 목사에 걸맞은 수준의 경건과 신학적 지식을 가진 장로들을 전제한다.
이 점에서 최근 장로회연합회가 주관하는 일련의 집회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우리의 신앙고백과 맞지 않거나 심지어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주강사로 초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장로회연합회에 초청된 주강사야말로 우리 고신 신학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뭔가 중요한 것을 우리가 잊고 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로에 대한 교육
제대로 된 장로교 정치를 위해서 오늘날 우리 고신교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장로에 대한 교육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장로들도 그런 교육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된 이유는 목사들의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보통 제직수련회라고 하면 무엇을 배울 것인지 참여자들은 이미 뻔히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로 교육은 대단히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장로 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교회의 행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행정에 있어서는 사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목사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마도 목사들은 ‘목사만큼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당회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안건들은 교회 행정에 관한 것들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당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주변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장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교육은 필요에 의해서 실시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필자가 미국 개혁교회에 출석했을 때 당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필자의 첫 아이가 태어나서 유아세례를 신청하였는데 당회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회실 문을 열었을 때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모두 두꺼운 교회헌법 책을 이미 다 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 교회의 장로들은 칼빈 주석을 기본적으로 소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신학생은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헤르만 바빙크의 4권짜리 ‘개혁교의학’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신학적 소양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장로의 일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로교회에서 장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세례 교육을 성도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유아세례인 경우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당회가 책임을 진다. 교회에서 어떤 신학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목사와 의논하여 해답을 제시하는 것도 장로의 일이다. 교회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성경과 헌법에 근거하여 실시하는 권징은 장로가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성찬을 감독하는 것도 장로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목사가 부재하게 되면 목사를 청빙하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당회가 감당한다.이 모든 일들은 장로가 충분히 신학적 교육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몇 가지 제언들: 수준 높은 장로들을 배출하기 위하여
1. 무엇보다 목사들이 장로교의 신앙고백과 교회정치에 걸맞은 수준 높은 목회를 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선행이 될 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장로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회 안에 형성될 것이다. 장로교육은 그 교회의 목사 수준 이상으로 실시 될 수 없다.
2. 장로 교육은 개교회 담임목사 한 사람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노회는 장로 교육을 위한 상설 기구를 두어서 장로 교육이 현재 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교육이 되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3. 장로연합회는 고신의 신학에 충실한 장로 교육을 위한 집회를 정기적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회성 대형집회 보다는 정기적인 소규모 교육모임이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부터 이제 집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4.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신대원에서도 장로 교육을 위한 일주일 정도의 고급 신학 과정을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성을 느끼는 여러 교회의 목사들과 장로들이 더불어서 함께 좋은 교육을 받는다면 고신에 속한 모든 교회가 주의 말씀 위에 굳게 서리라 확신한다.
글·이성호 교수 / 고려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로 역사적 개혁신앙을 사랑하는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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